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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리고 둘이다. 우리는 이 세계에 홀로 왔다. 하지만 홀로 왔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되는가? '나'를 넘어서는 '외부'와의 만남에서 우리는 비로소 이 세계에 홀로 존재함을 알게 된다. 물리학의 '작용-반작용'의 법칙과 같다. 물리적으로서 '나'의 경계는 드러난 피부까지만이다. 그 바깥은 물리적으로 '나'를 구분하게 해주는 '외부'다.
삶도 마찬가지다. 내 삶의 경계는 어디까지 인가? 어디까지를 온전한 '나만의 삶'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때문에 내 삶은 오롯이 나 혼자서 써내려 갈 수 없다. 내 삶을 구분해주는 '외부'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타자'를 통해 ‘나’의 인생이 채워지고 정의되어진다.
나는 영원히 나의 뒷통수를 볼 수 없다. 거울로 비춰진, 사진으로 찍혀진 뒷통수는 오롯한 나의 뒷통수가 아니다. 그것은 날 것 그대로, 실시간으로 나의 뒷통수가 아니다. 그래서 나의 뒷통수가 실시간으로 오롯이 존재하다는 것을 증명받기 위해서는 오직 타자에 의해 지각되어지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세계에 홀로 왔다. 내 삶도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타자'의 전제가 없으면 존재할 수도, 지각될 수도 없다.
영화에서 할머니는 손주들을 보며 “이제 내가 늙었구나”를 느낀다. 양양은 갓 태어난 사촌 동생을 보며 “나도 다 컸구나”라고 느끼기를 바란다. 만약 비교 대상이 없다면 내 삶은 언제나 그 순간에 머물러 있다. 라캉은 “타자는 축복”이라고 말했다. “타자가 없었다면 나는 영원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타자는 나를 변하게 함과 동시에 내가 ‘나’임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다. 타자가 없다면 ‘나’는 발전할 수 없다.
영화는 ‘나’와 ‘타자’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녹아 있는 한 대가족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타자이면서, 동시에 각자가 자신만의 타자를 만나며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며 삶이 흔들리는 중년의 NJ와 할머니의 쓰러짐(타자의 부재)으로 인해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는 엄마. 학교에서 만난 맘에 드는 여자아이로 인해 잠수를 배우게 된 양양. 엄마의 문란한 삶 때문에 방황하며 연애에 빠진 리리와, 결국 리리 때문에 사고를 치게 된 패티. 그리고 삼촌 아디와 그의 전 애인 윤윤과 아디의 부인 샤오얀까지.
영화는 내내 하나(A One) 그리고 둘(A Two)이다. 우리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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